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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SE4는 없었다. 아이폰 16e 대신 아이폰 14를 선택한 이유

하우맥 2025. 3. 15.

작년 말부터 아이폰 SE4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다. 아이폰 SE2가 출시되자마자 구입해 거의 만 5년을 사용한 가족 중 한 사람이다.

아이폰 SE4를 기다린 이유는 단순하다. 싸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폰 16e가 꽤나 실망스러웠나 보다. 출시만 되면 바로 사전 예약부터 할 것 같더니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아이폰 14를 대신 선택했다.

대단한 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폰으로 뭐 대단한 걸 하지는 않는단다. 전화하고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인스타로 시간을 죽이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고, 뱅킹정도일까.

아직 작동이 잘 되는 아이폰 SE2

게임을 하지 않으니 아이폰 SE2의 성능도 딱히 모자랄 일이 없단다. 애초에 아이폰 SE2를 선택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지금 아이폰 SE2가 아쉬운 건 조금 작은 디스플레이와 점심만 지나면 헐떡거리는 배터리정도뿐.

출시된 아이폰 16e을 가격을 보고 조금 실망한 듯했지만, 그래도 당장 폰은 바꿔야 하니 이것저것 열심히 알아본 모양이다. 덕분에 아이폰 16e 판매가 시작되고 맞이한 첫 주말을 내내 같이 앉아 아이폰 16e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며 보냈다.

물론 아이폰 16e가 예상보다 훨씬 높은 99만 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출시했지만, 그래도 본인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못 살 것도 없을 일이다.

아이폰 16e, 99만 원의 가치가 있나?

하지만, 결론은 아이폰 16e에 그만한 가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애플의 온디바이스 AI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위해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업그레이드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국어로는 출시조차 되지 않은 기능에 돈을 지불하기엔 우린 조금 가난한 편이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꼭 필요해?

물론 이건 내 생각이었고, 가족의 생각은 '그게 왜 필요한데'였다. 이미 ChatGPT를 각자 하는 일에서 많든 적든 다들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 "굳이?"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구동중인 아이폰 16e

나 역시 그냥 기본으로 제공되는 기능이라면 모르겠지만, 아이폰 SE4가 79만 원 정도에 출시될 거라는 기대를 갖고 기다리던 입장에서는 아직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애플 인텔리전스에 20만 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작 꼭 필요한 기능이 빠진 건 아니지만, 살짝 유쾌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맥세이프다. 물론 케이스로 보완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은 부분이다. 배터리를 키우다 보니 넣을 자리가 없었나?

그 외에도 UWB라든가 DP Alt Mode 등등 크고 작은 여러 가지 기능들이 빠지긴 했지만, 정작 사용할 사람은 운전도 안 하고, 다른 디스플레이에 연결할 일도 없으니 뭐 그런 건 상관없단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부분이라면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미래 희망 기능보다는 당장에 있던 걸 빼지 않았던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결국 가격이 문제다

이런저런 기능이 빠졌다 해도 당장 본인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성능만 충족된다면 사실 문제될 건 없다. 적당한 가격이라면 말이다.

아이폰 16e는 사실 직접 사용할 사람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성능은 충분히 아니 넉넉히 갖추고 있다. 다만, 기대보다 많이 비싸다.

절망적인 사실은 이제 아이폰 16e가 애플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 모델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젠 아이폰을 계속 사용하려면 최소한 백만 원은 있어야 한다.

새 아이폰으로 바꿔도 늘 기존 폰을 마이그레이션해 사용해 왔다.

아이폰 SE2에서 아이폰 14로 마이그레이션 중

새로운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설렘보다는 사용하던 환경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익숙하고 좋았다. 하지만 그 최저점이 백만 원이라면 그 익숙함도 이제 고민이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우연이 필연이 되었을 뿐

날이 많이 풀린 주말 오래간만에 목적 없는 외출이었다. 마침 하이마트가 있었고, 마지막으로 아이폰 16e의 실물이라도 확인하자기에 함께 들어갔다.

그동안 봤던 많은 영상들에서 디자인만큼은 괜찮다고 했기에 실물을 보면 조금 마음이 동하려나 싶었다. 하지만 아닌 모양이었다. 찾는 게 있냐는 상담원분 말씀에 대뜸 아이폰 14도 있냐고 되묻기에 "웬 14? 이런 대기업 매장에 남 있을 리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있긴 한데 SKT이고 할인이 많이 되긴 하는데, 256GB에 옐로우"란다. 남아있다니. 그래도 256GB 면 좀 비싸겠네.

그래도 어차피 온가족 할인에 가족모아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선 SKT 기기변경밖에 선택지가 없으니 바로 얼마나 할인이 되냐고 되물었다.

출고가 1,067,000원 > 500,000원 할인 > 판매가 567,000원

태블릿을 들고 오더니 출고가 1,067,000원에 500,000원이 할인되어 567,000원이란다. 묵은 폰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가격이 좋다. 당장 하겠단다.

하이마트 아이폰 14 단말기 구매 정보
아이폰 14 256GB 모델의 할부원금은 567,000원이다.

철 지난 제품의 묵은 재고라는 점을 상기시켜 줬는데, 아마 본인 딴에는 아이폰 14도 많이 알아본 모양이다.

아이폰 16e와 폼팩터가 같은 만큼 디스플레이도 별차이가 없고, 본인의 사용목적에는 지금 사용 중인 아이폰 SE2의 성능도 부족함이 없는 만큼 14도 충분하단다.

다른 조건을 다 생각하지 않더라도 일단 싸단다. 어차피 기기변경으로는 5~60만 원대에선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조차 모른단다.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

유지 조건도 별게 없었다. 지금 사용 중인 T플랜 스페셜에서 T플랜 맥스로 변경해서 한 달, 그리고 파손보험과 스마트콜 두 가지 부가서비스를 이달 말까지만 유지하면 된단다.

1달간 이용해야 하는 부가서비스

온가족할인과 선택약정할인을 감안해 계산하면 대략 추가로 지불해야 할 이용요금은 2만 원 정도다. 한 달 뒤 요금제를 변경하고 부가서비스를 해지하면 더 지불할 필요가 없으니 2만 원으로 끝.

우리의 경우 통신사 할부를 이용했지만 카드로 567,000원을 바로 결제해도 된단다. 할부를 이용할 경우 24개월 기준 할부수수료 35,510원이 더해진 602,510원을 월 25,100원씩 나누어 납부하면 된단다.

만들어진 지 오래되긴 했다.

생산일이 오래되긴 했다. 2023년 5월이다.

아이폰 14 박스 뒷면. 생산일이 2023년 5월로 적혀있다.

배터리는 괜찮을까? 본인 생각에는 괜찮겠단다. 만약 보증기간 내에 80%로 성능이 떨어지면 교체받으면 될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사용하면 된단다. 묘하게 설득력 있다. 사용할 사람이 괜찮다는데 뭐가 문제일까

나중에 집에 가져와 뜯어보니 다행히 방전은 되지 않았고 출고 시 충전된 잔량이 17% 남아있었다. 완전 방전만 되지 않았다면 크게 문제는 없으리라. 다행히 일주일 가까이 지난 어제까지 매일 확인해 보니 배터리 성능최대치는 계속 100%였다고 한다.

아무튼 옆에서 상담내용을 곰곰이 듣다 보니 가격이 정말 괜챃은 것 같아, 나도 하겠다고 하니 이게 마지막 재고란다. 더는 없단다.

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예전엔 하이마트 매장에서 전산으로 전국 지점들 재고 확인이 가능했었다. 아이폰 6s를 두 번째 구매할 때도 그렇게 다른 지점의 물건을 공수받아 구입했었는데, 혹시나 물어볼걸 그랬다.

아이폰 14 VS 아이폰 16e

나무위키에 기재된 아이폰 14와 아이폰 16e의 주요 사양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아이폰 14 아이폰 16e
Apple A15 Bionic Apple A18
메모리 6GB LPDDR4X SDRAM 8 GB LPDDR5X SDRAM
디스플레이 6.06인치 2532 x 1170
Super Retina XDR 디스플레이 (460 ppi)
6.06인치 2532 x 1170
Super Retina XDR 디스플레이 (460 ppi)
근접통신 Wi-Fi 6, 블루투스 5.3 + LE, NFC Type A/B/F, UWB Wi-Fi 6, 블루투스 5.3, NFC Type A/B/F
위성항법 GPS & A-GPS, GLONASS, Galileo, QZSS, Beidou GPS & A-GPS, GLONASS, Galileo, QZSS, Beidou, IRNSS
카메라 전면 - 1200만 화소 ƒ/1.9
후면 - 기본 1200만 화소 ƒ/1.5, 광각 1200만 화소 ƒ/2.4
1/1.7" 이미지 센서, 센서 시프트 OIS 지원
전면 - 1,200만 화소 ƒ/1.9
후면 - 4,800만 화소 OIS 지원, 1/2.5" 이미지 센서
배터리 내장형 Li-Ion 3279 mAh -15W 무선 충전 내장형 Li-Ion 4,005 mAh - 7.5W 무선충전
규격 146.7 x 71.5 x 7.8 mm, 172 g 146.7 x 71.5 x 7.8 mm, 167 g
단자정보 Apple Lightning x 1 USB Type-C x 1
생체인식 Face ID - 전면 SL 센서(TrueDepth 카메라 시스템) 인식 방식 Face ID - 전면 SL 센서(TrueDepth 카메라 시스템) 인식 방식
기타 IP68 등급 방수 방진 지원, Dolby Atmos 기술 탑재 IP68 등급 방수 방진 지원, Dolby Atmos 기술 탑재

성능과 배터리는 아이폰 16e 무선충전은 아이폰 14

세대가 많이 차이나는 만큼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양은 크게 차이가 나긴 한다. 만약 게임을 한다면 아마 체감 성능 역시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다행히 우린 게임을 하지 않는다.

배터리용량 역시 4,005 mAh인 아이폰 16e가 아이폰 14의 3279 mAh에 비해 20% 이상 크다. 거기에 애플 c1 모뎀의 전력효율이 좋아 배터리 소비도 줄었단다. 아마 사용시간에 있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1,821 mah인 아이폰 SE2를 사용하던 입장에서는 뭐 둘 다 그저 빛이리라. 실제로 아침에 풀충전해 출근하면 퇴근할 때 즘 70% 정도 남는단다. 아이폰 14도 하루는 거뜬하다는 이야기.

무엇보다 아이폰 14는 7.5W(Qi) 무선충전을 지원하는 아이폰 16e와 달리 15W(Qi2)로 무선 충전이 된다.

벨킨 부스트차지 충전패드를 이용해 충전중인 아이폰 14

이미 벨킨의 15W 충전패드를 이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무엇보다 체감되는 차이가 아닌가 싶다.

카메라는 일장일단

카메라의 경우 화소수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후면카메라를 기준으로 아이폰 14가 1200만 화소 아이폰 16e가 4800만 화소이니 4배 차이다. AP와 NPU의 성능에도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미지 프로세싱에 있어서도 결과물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이폰 14의 듀얼 카메라

다만, 이미지 센서크기와 OIS에 있어서는 아이폰 14가 유리하다.

아이폰 16e의 이미지 센서 크기에 비해 아이폰 14의 이미지 센서가 2배(면적기준) 정도 크다. 센서의 면적이 크다는 말은 빛을 받는 면적이 크다는 말이다. 센서의 면적이 커질수록 어두운 상황에서의 결과물도 좋아지고 넓은 후보정폭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폰 16e는 센서 시프트 OIS가 아닌 렌즈 기반 OIS가 적용되었다. 센서 시프트 OIS는 보정범위가 렌즈 기반 OIS보다 넓고 다축보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으로 들고 움직이면서 영상을 찍을 경우 렌즈 기반 OIS에 비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나머지는 대동소이

아이폰 16e가 아이폰 14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그 외 다른 사양은 대동소이하다.

아이폰 14에는 있던 UWB가 아이폰 16e에서 빠지긴 했지만, 운행 중인 차량 역시 구형이기 때문에 디지털키를 지원하지 않아 별 의미는 없다.

또 신형인만큼 아이폰 16e에 USB C단자가 적용되긴 했지만, 아이폰 14의 라이트닝 단자 역시 동일한 전송규격이 USB 2.0(480 Mbps)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사용상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가족 모두가 라이트닝 단자가 달린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 14쪽이 좀 더 편하다.

가격 차이가 2배, 나도 바꿔볼까?

우리가 구입한 아이폰 14는 256GB 사양으로 567,000원이다. 같은 256GB를 기준으로 아이폰 16e가 1,140,000원이니, 거의 정확하게 2배 차이가 난다.

물론 아이폰 16e에도 조만간 할인이 적용된다면 그 차이는 조금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른다. 또 다른 곳에서는 아이폰 14를 좀 더 할인받아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단 이것저것 복잡한 조건 없이 딱 필요한 타이밍에 나름 저렴하게 잘 교체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이번 주말에 가까운 다른 하이마트 지점을 돌아볼 생각이다.

만약 같은 조건의 아이폰 14가 있다면 나 역시 이번 기회에 폰을 바꿔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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